제목 : [고독사] 부산 60대 여성 백골 상태 시신으로 발견, 숨진 지 5년 가량으로 추정.
나고 죽는 일.
세상 어딘가에서는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지만, 각 개인을 기준으로 보자면 일생에서 단 한번씩 밖에 없는 일.
모두 각자에게는 아주 특별한 사건인 건데요.
축하와 축복을 받지 못한 탄생, 애도받지 못한 고독한 죽음. 그보다 더 안타깝고 슬픈 일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이틀 전이었던 지난 9월 30일, 부산 진구의 한 주택에서 숨진 지 5년 정도로 추정되는 한 60대 여성 백골 시신이 발견되었습니다.
그런데 죽음이란 원래 슬픈 거라지만 이 죽음은 유달리 더 슬프더라고요.
평생 독신으로 살았고, 친하지 않은 이복형제가 한 명 있을 뿐 다른 가족도 없고.
다세대주택에 살았지만 이웃들의 관심으로부터 배제되어 있었고, 월세가 수년째 밀렸지만 보증금 걸어둔 게 있어 집주인도 행방을 확인하지 않았고.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아니어서 행정력도 미치지 못해서.
사망한지 5년 가량이나 지난 지금에와서야 시신이 발견된 것.
게다가 이후 뉴스 보도를 보니, 유일한 혈육인 이복형제가 시신 수습을 거부해 무연고자 장례 절차를 밟아야 할 처지라고까지 했는데요.
이 사건을 접하면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들.
만약 결혼을 해서 일가를 이루었다면 이 쓸쓸한 죽음으로부터 비껴갈 수 있었을까? 라는 가정도 괜히 좀 해보게 되고,
이복형제이긴 해도 그래도 남도 아닌데 생전에야 소원하게 지냈다고 하더라도 마지막 가는 길은 웬만하면 함께 해주면 좋을텐데. 라는 아쉬움도 좀 가져보게 되고,
이웃과 집주인이 조금만 더 관심을 가졌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
'옷을 아홉겹이나 껴입고, 손에는 목장갑을 끼고, 반듯이 누운 채 백골 상태로 발견된' 사망자의 이런 상황이 기초생활보장 대상이 아니라면 도대체 어떤 상황이 그 대상이 된다는 걸까? 라는 것이었지만.
찬찬히 곱씹어보니,
'고독사'라는 것, 딱히 일가를 이뤄 살았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남의 일이라 말이 쉬운 것이지, 이복형제와 사망자의 생전 관계가 어떠했는지, 또한 살아있는 자의 삶도 죽은 자의 상황 못지 않게 팍팍한 것일지도 모르겠고,
이웃과 집주인의 무관심도 아쉽기는 하지만 딱히 탓할 수 있는 것은 아니겠다 싶고,
그러나 다만 한가지, 추위를 견디다 추위에 죽어간 이 분이 정부가 제공하는 최소한의 도움 조차 받지 못했다는 것은 문제가 아닌가 여겨졌습니다.
복지 문제.
열이면 열, 백이면 백, 각 사람의 상황이 다 다른데, 그것을 어떤 하나의 기준으로 묶어 모든 요구를 충족시키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월세 10만원짜리 방에 살면서 겨울철 난방도 제대로 못한 채 옷을 켜켜이 껴입은 채 죽어, 시신조차도 수년이 지나서야 발견된, 이 분에게는 복지 혜택이 주어지지 못했는데,
명목은 다르겠으나, 대표적 부촌으로 알려진 타워팰리스에 살면서 기초노령연금을 받는 사람들도 있다는 건, 상식이라는 잣대로 보건대 납득하기가 어렵지 않나 싶고요.
또한, 노령연금 관련해서 복수국적자도 기초연금 수령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기사도 나온 것 같던데, 이 문제 역시 상식 기준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경우들이 생겨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들었습니다.
쓸쓸한 죽음, 고독사.
예전과 달리 지금은 '내 죽음은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다'라고 장담하기가 현실적으로 많이 어려워지지 않았나 싶은데요.
그렇기에 더욱 더 이 뉴스에 관심이 갔던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외로운 삶, 그 끝에 하늘이든 땅이든 내세든 있어 이생에서의 슬픔은 모두 덮고 잊고 그러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포스트 주소 : http://middlec.tistory.com/930 | 작성자 : 가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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